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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Life)/건강 기록

[금주 기록] 금주 첫날 -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

by 카레유 2020. 6. 27.

 

2019년 1월 20일

금연과 금주를 시작했었다.

 

2019.1.19 저녁 서울 양재동, 마지막으로 마신 와인과 맥주.

 

술을 마셔서 금연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술 자체에 대해서도 걱정 될만큼 자주 마시는 내 자신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금연은 1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아주 잘해나갈 예정인데,

 

금주는 작년 연말 즈음부터 완전히 실패했다

 

돌이켜보면 아주 작은 예외를 허용하면서 생긴 작은 틈이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처음 만든 예외는 "해외 여행때는 맥주 한잔 정도는 허용한다" 였다)

 

해외 여행 가서 만든 첫 번째 예외. 작은 틈.

 

그 이후로도 몇번을 다시 시도했지만, 이미 생겨버린 틈을 다시 매우기는 힘들었다.

 

매번 금주를 시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는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예외를 허용"

하려는 간사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매번 예외를 만들었고, 그 예외를 허용했고, 그 예외는 일상이 되어버리곤 했다.

 

머리로는 안다.

 

그러나 저녁시간이 다가오면 아이큐가 거의 200을 돌파할 것처럼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한다.

술을 마셔야할 이유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99%의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음에도, 1%의 마셔야할 명분을 찾아내기만 하면

(거의 항상 반드시 찾아낸다, 찾지 못하면 만들어 낸다),

티끌 같았던 그 작은 명분은 어느새 내 마음 전체를 100% 잠식해 들어간다.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숙취와 후회로 가득한 아침이다.

 

"다시는 마시지 말아야지, 예외를 허용하지 말아야지. 제발 좀 그만 마시자! 이 XX야!!!"

 

어라? 이거 어디서 들었던 말 같은데?

어제 아침에 내가 했던 말이구나...

아...

 

매번 술을 끊겠다고 선언하고, 실패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두려웠던 것은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것 같다"

는 불안감이었다.

 

 

내 삶의 통제권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번 돈, 내 시간, 내 몸, 그리고 내 정신을

몇 천원짜리 병속에 담겨있는 액체 따위에가 갖다 바치고 굴복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 인생을 싸구려 약물 따위에 통째로 저당 잡힌 노예의 삶을 자처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좋은(?) 계기 같은게 생겼다.

술을 마셔도 너무 마셔서, 기억을 잃고 숙취에 시달리며 후회하는 아침을 맞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정말 온 몸이 아픈 상황이 펼쳐졌다.

(소주, 맥주, 와인, 중국술을 끝도 없이 말아 마셨다...)

 

골반과 허리에서 지끈지끈 거렸고, 등과 옆구리에서도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두통이 온몸으로 전이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형태의 증상에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오바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차라리 오바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오늘부터 완전히 끊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끊지 못하면 진짜 죽는다는 각오로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시작한다! 금주일기! 오늘부터 1일!

 

앞으로 금주일기를 통해 내 나름의 술 끊는 법을 기록해나가려 한다.

오늘부터 영원한 금주에 들어간다.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던 것 처럼!

 

그럼 화이팅!

 

2020년 5월 7일

영원한, 완전한, 예외 없는 금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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